지난 주말 경기도 여주에 있는 여백서원과 ‘괴테마을’을 다녀왔습니다. 이전에 KBS <다큐 인사이트>를 통해 전영애 교수님(73, 서울대 독문학 명예교수)이 운영하시는 여백서원과 괴테마을을 보고, 언젠가 꼭 가 보고 싶었는데요. 마침 여주 강천섬으로 여행을 가는 일행이 여백서원에도 가 보자고 해서 청명한 가을날, 아홉 명이 함께 그곳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여백서원 입간판과 여백서원으로 들어가는 길.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걸은리에 있는 이 마을은 괴테 전문가인 전영애 교수님이 10년 전부터 ‘여백서원’과 ‘젊은 괴테의 집’ ‘정원집’ 등을 차례로 조성하면서 괴테마을로 불리고 있는데요. 은퇴 후 여백서원을 짓고 연구와 교류의 공간으로 삼고 있다고 해요. 매월 마지막 토요일은 이 공간을 일반인에게 공개하며, 문학과 관련된 문화행사를 연다고 합니다.
"여백서원은 '여백 같은 공간'인 동시에 '맑은 사람들을 위한 집'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여백서원 초입에 있는 어린이 도서관.
우리가 방문한 날은 둘째 주 주말이어서 여백서원 안까지 들어가지는 못하고, 그곳에서 300미터 떨어진 산기슭에 자리한 젊은 괴테의집을 방문해 도서관과 괴테 박물관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곳은 2023년 10월에 문을 열었다고 해요. 전 교수님을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TV에 방영된 내용을 직접 현장에 와서 볼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특히 자신의 공간과 지혜를 선뜻 나눠 주시는 주인장의 마음에 감동하며, 감사했습니다.
숲 속에 자리한 젊은 괴테의 집.
2014년 1월 여백서원을 지은 뒤 10년 가까이 전영애 교수님 혼자 괴테마을을 운영하셨지만. 널리 알려지면서 자원봉사자들도 찾아오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젊은 괴테의 집 1층의 지관서가 카페 운영, 주차장 안내 등까지 자원봉사자들이 함께한다고 해요. 우리가 괴테마을에 갔을 때 경기도 고양시에서 온 자원봉사자 한 분이 카페지기로서 손님을 맞이해 궁금한 점을 설명해 주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더라고요.
경기도 여주의 한적하고 평화로운 마을은 마을 한편에 자리한 여백서원은 독문학자 전영애 선생이 '맑은 사람을 위하여, 후학을 위하여, 시를 위하여' 지은 책의 집입니다. 세상을 잠시 떠나 자신을 돌아보는 곳으로 예술가, 학자, 학생 그리고 관심 있는 이들이 학문과 예술을 통해서로 만나는 터입니다.
또한 여백서원은 괴테 연구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괴테 전집 번역과 더불어 괴테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공간을 재현하는 숲 속 마을 조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괴테는 자신을 크게 키워 간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괴테마을 중 젊은 날 괴테의 초상이 담긴 2층 단독 건물에서 지난 2023년 푸른 여름과 함께 문을 열었습니다.
-괴테마을 소개 글 중에서
방문객들이 소감을 남기도록 비치해 둔 방명록.
괴테 최고 권위자인 전영애 교수님은 1974년에 《파우스트》를 처음 읽은 뒤 50년 간 괴테에 대해 연구하고 수많은 괴테 작품을 번역하셨는데, 최근에는 괴테가 보낸 2만여 통의 편지 중 독일에서 발굴된 1만 5천 통을 골라 이 가운데 문학적으로 가치 있는 글 200편을 엄선해 세 권 분량의 번역을 마치셨다고 합니다.
전 교수님은 “사람이 뜻을 가지면 얼마나 클 수 있는지, 그런 사람은 자신을 어떻게 키웠는지” 그 본보기가 괴테여서 젊은 괴테의 집과 괴테마을을 통해 보여 주고 싶으셨다고 해요. 직접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과 젊은 층들과 소통하기 위해 유튜브 ‘괴테할머니’ 채널도 운영하는데, 이곳을 찾는 연령층도 20대부터 60~70대까지 다양하다고 합니다.
괴테 할머니 전영애 교수님
전영애 교수는 1951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났다. 경기여고를 거쳐 서울대 독어독문학과에 진학했고, 독문학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독문학자로서 2011년 독일 바이마르 괴테학회에서 동양 여성으로는 최초로 '괴테 금메달'을 받은 괴테 권위자이기도 하다. 1885년 설립된 괴테학회가 1910년부터 2년마다 주는 이 상은 전 세계 괴테 연구자들에게 노벨상 같은 최고 영예로 꼽힌다.
괴테 사후에 나온 전집 바이마르판은 본문만 143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인데, 이 가운데 한국인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을 선별해 전집 24권을 번역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파우스트》와 《 서동(西東) 시집 》 등 3권을 발간했다. 그는 여백서원을 지을 당시는 자신을 5인분 노비였는데, 이제 7인분 노비로 승진했다고 할 정도로 낮에는 괴테 마을 조성과 관리를, 밤에는 번역 작업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괴테 마을의 첫 집 <젊은 괴테의 집> 의 주제는 괴테의 삶과 '극복'인데요. 1층 도서관 <지관서가>의 왼편 서가에는 '역경'을 이겨내는 지혜를 담고, 오른편 서가에는 현실의 길을 탐구하는 '바른걸음'의 지혜를 담았다고 해요.
2층 전시관에서는 문제를 훌쩍 뛰어 넘어 크게 성장했던 젊은 날 괴테의 '극복' 경험 사례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독일의 한 사업가가 괴테의 책을 수집했는데, 임종 전에 괴테의 고서를 전영애 교수님에게 보내 주었다고 한다.《파우스트》 판본 1854.
《괴테 서·동 시집》과 《파우스트 1,2》 대문호 괴테가 60년을 두고 쓴 책. 200여년이 지났음에도 현대인들에게 더욱 호소력이 있게 된 대 드라마.
국화와 꽈리 열매 등의 소품들이 책과 조화롭게 비치되어 따뜻하고 정감 있는 분위기로 방문객들을 환대해 주었다.
요한 볼프강 괴테 (Johann Wolfgang von Goethe)
문인(文人) 괴테’는 그의 작은 단면이다. 1832년 82세로 삶을 마감한 괴테는 독일문학을 당대에 세계문학으로 끌어올린 대문호이면서 정치가·과학자·철학자로도 활동한 근대 위인이다. 괴테는 바이마르공국의 교육·문화·산업(광산)·세무 등 현직 4개 부서의 장관을 지낸 정치가였고, 1,400점의 그림을 남긴 화가였다.
그러면서 26년 동안 극장을 이끈 연극인이고, 38년간 도서관 감독을 하면서 온갖 세계의 신간을 모아들여 작은 공국을 문화의 메카로 만들었다. 뉴턴의 광학(光學) 이론에 맞서 색채와 식물을 깊이 연구했고, 화재 난 극장을 다시 건축하는 일도 책임졌다. 1749년부터 1832년까지 82년에 걸친 괴테의 삶은 현대인에게 값진 영감과 감동을 주고 있다.
참고자료: 조선일보 D/B
괴테의 명언들을 서랍에 담아 전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특히 마지막 구절은 여운을 남기는 명언이다.
'젊은 괴테의 집' 옆에 있는 이 집은 공사중으로 아직 개방하지 않았는데, 다음에 방문하면 볼 수 있을까. 뒤뜰에 있는 작은 연못.
▶ 여백서원을 찾아오시는 분들을 위하여( ↙ )
○ 일반 공개일은 매월 마지막 토요일입니다. 함께 시나 희곡을 읽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 오월과 시월의 마지막 토요일(오마토,시마토)에는 특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글을 읽고 강연을 듣고 연주를 하며 밤을 지새웁니다.
○ 신청 방법: 마지막 토요일에는 그냥 오면 되지만, 미리 이메일, 페이스북 등으로 알려주시면 더욱 좋습니다.
○ 교통편: 서울-여주는 고속버스(경부고속, 한 시간 5분 소요)와 전철(경강선)이 20-30분 간격으로 다니고, 고속버스터미널 앞에는 시내버스(걸은리 행, 995번)도 있습니다. 택시로는 여백서원까지 10분 거리, 요금 만천 원 정도입니다.
○ 주소: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걸은리 117-1(12615 여주시 강천면 가정 긴골길 255-31)
○ 전화: 070- 4120- 8055 E-mail: chonya@gmail.com
마치며
이번 가을여행은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해요. 그동안 '여주' 하면 밤고구마가 생각났는데, 이제 여주는 여백서원과 괴테마을, 강천섬이 있는 곳으로 기억되겠지요. ^^ 앞으로 여백서원과 더불어 괴테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공간을 재현하는 숲 속 마을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니 훗날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어요. "전영애 교수님, 앞으로 추진하시는 일들 응원하며, 기대합니다. 존경합니다!"
▶ 일흔둘 노학자의 인생 지혜가 담긴 정원 I KBS 다큐인사이트(2022.12.29 방송)(↙)
▶EBS 건축탐구- 집 - 7인분 노비의 집, 여백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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