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때로는 삼시 세끼 거르지 않고 밥을 먹었는데 왠지 배고픈 날이 있죠. 정서적 허기가 있어서 그렇다고 해요. 마음이 허전하고, 온기가 그리운 분에게 정성스레 차린 따뜻한 시밥 한상 드셔 보시길 권합니다. 이 번주, 서점에 선을 보이는 따끈따끈한 신간인데요. 책읽기 좋은 계절, 정감 있는 시가 주는 공감과 위로의 선물 함께 나누고 싶어요.
“맑은 영혼 살려내는 따뜻한 시밥 한상 차림”
삶과 자연을 노래하는 진선미 시인이 《시밥을 지으며》라는 첫 시집을 냈다. 그는 시인의 마음이 담긴 언어들을 품고 살아가며 때로는 힘을 얻고, 때로는 위로를 받고, 때로는 온기를 끌어안았다. 이름 모를 들풀부터 복잡다단한 인생사까지 모든 것을 사랑의 마음으로 품었다. 이렇게 하나 둘 모은 시로 밥을 짓듯이 가슴속에서 뜸 들인 시밥을 갓 지어 첫 상을 차려냈다.
곱고 정갈한 시 100여 편을 담은 이 시집에는 자연과 삶을 노래하는 시가 가득하다. 저자가 직접 그린 파스텔 톤의 삽화가 시와 어우러져 정감을 자아낸다. 시인은 “이 시밥이 누군가의 영혼에 허기를 달래 주고, 그늘을 벗어날 힘을 주어 단 한 사람이라도 살맛나게 해 줄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다”라고 말한다.
이 시집의 시들은 오랜 세월에 걸친 묵상과 사유의 열매들이다. 그의 시는 생활과 삶에 밀착되어 있어 자연스럽고 편하다. 생수처럼 목마른 영혼을 만족시키고, 단비처럼 곤고한 이에게 위로를 준다. 이 시집에 실린 아름다운 시편을 통해 많은 이들이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길 기대한다.
시밥
맛진 쌀밥 향내다
시 지어내는 시인 덕에
궁핍한 영혼이
때 가릴 것 없이 배부르다
입맛 다실 것 없는
허기진 세상살이에
마음 영글 곳 없어
심장에 냉랭한 거미줄 쳤나 보다
갓 지은 시밥에서
솔솔 오르는 정감이
거기에 닿아 물 맺힌다
보이지 않아 거둬낼 수도 없던
마음속 거미줄이
촘촘히 물기 머금고 드러나는 순간이다
따뜻하고 정성스러운 시밥이다
맑은 영혼 살려내는 시밥으로
한 끼 거뜬히 눈요기하면
거미줄 한 꺼풀 거둬 낼 용기 얻는다
--p.160-161
생수처럼 목마른 영혼을 만족시키고
단비처럼 곤고한 이에게 위로를 주는 아름다운 시편
한 편의 시에는 시인의 세계관과 인생관이 반영되어 있다. 《시밥을 지으며》에 실린 아름답고 정갈한 시편들을 통해 시인의 장점과 특징을 볼 수 있다. 먼저 시인은 번역하고 ‘해석’한다. 그에게 삼라만상은 모두 해독해야 할 텍스트다. 시인은 언어의 집을 짓는 건축가다. 그는 오감으로 응답하고 언어로 색을 입히고 생명을 불어넣는다. 시인은 새로운 세상, 오늘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작가다. 그는 사랑과 진리를 믿는다.
시인은 무엇보다도 사람을 귀히 여기고 눈에 안 띄는 들풀에게도 다가가고 공감한다. 이러한 마음에서 나온 시만이 독자에게 울림을 줄 수 있다. 물신주의와 실용주의, 그리고 자본주의가 모든 이를 삼켜 버리는 시대에 ‘사랑과 진리가 입 맞추는’ 세상을 꿈꾼다.
이 시집의 발문(跋文)을 쓴 송광택 출판평론가는 시인의 ‘공감력’을 여러 시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시인은 밖의 변화를 안에서 느끼고 내면으로 받아들인다. 이 시집에는 안과 밖이 소통하는 시들이 가득하다. 시인에게 ‘자연’은 무엇인가? 자연 만물은 그의 스승이고, 삶의 내비게이션이기도 하다. 시인은 삶의 소소한 일상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평범하게 보이는 사물에서도 지혜의 빛을 발견하곤 한다. 이런 사유를 통해 빚어진 시들은 생수처럼 목마른 영혼을 만족시키고, 단비처럼 곤고한 이에게 위로를 준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된 이 시집은 1장에 ‘사계절 산책’이란 테마로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의 변화와 삶의 이모저모를 담았고, 2장은 ‘일상에 쉼표를’ 찍고, 오늘이란 시공간 안에서 받은 선물을 반추해 보며, 3장은 ‘자연 예찬’이란 주제로 캠핑과 여행, 산행을 통해 자연과 소통하며 느낀 것을 풀어내고 있다. 4장 ‘사람꽃이 피었네’는 사람과의 만남에서 파생되는 이야기와 사색을 통해 ‘생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포착했으며, 5장 ‘시밥을 짓다’는 창작의 기쁨과 이별의 아픔, 마음여행을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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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진선미
방송통신대학교 대학원에서 평생교육을 전공하고, 인제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상담심리치료를 공부했다. 20년간 한국교육원리학회와 함께하는 기회를 통해 일상에서도 교육을 고민하고 배우며 천착하는 교육학자로서의 삶을 살아왔다. 그 늦깎이 학구 열정으로 살아 온 여정 가운데 때때로 시를 느끼고 시를 쓰는 시간은 위안이며, 살아 있는 생소한 느낌의 변주였다. 그간 뜸들여온 ‘시밥’을 선보인다. ‘시밥’을 함께하는 모두에게 시인의 마음에 피어오른 희망의 온기를 공감하는 따뜻한 한 끼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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