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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노트

[Book] 《어른을 위한 고전의 숲》, 강경희 / 인생은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

by 마중물 톡톡 2025. 9. 16.

낮에는 아직 더위가 남아 있지만,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날씨여서 책 읽기 좋은 계절입니다. 최근 독서모임에서 모처럼 《어른을 위한 고전의 숲》을 함께 읽었는데요. 고전은 좋은 책이긴 하나  '옛날 이야기여서 지루할 것 같다. 왠지 재미없을 것 같다"는 선입견을 깨뜨리고, 고전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고전을 박물관 유물처럼 다루지 않고, 대신 오늘의 문제—상실, 불안, 관계의 피로, 일의 무의미—에 대답하는 살아 있는 언어로 불러냅니다. 고전은 단순히 과거의 낡은 지식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겪는 문제와 혼란을 다스릴 실용적인 통찰을 제공하는 학문이라고 강조합니다.

 

이 책에서는 삶의 방향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이들, 타인과의 끝없는 비교와 경쟁에 지치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실패만 반복되는 현실에 좌절한 이들, 사랑하는 이와의 갑작스러운 이별에 고통받는 이들에게 《 장자》《 논어《소동파《 사기 《 관중  《시경《 당시 《송사 《주역 》등 3,000년의 역사를 품은 동양 고전만이 들려줄 수 있는 깊은 조언을 전합니다.

 

책의 구조는 테마별로 전체 여덟 개의 숲으로 구성해 사랑과 고독, 상처와 회복, 권력과 윤리, 노동과 의미 같은 주제를 따라가며 서양·동양의 고전 텍스트를 교차 배치하는데요. 독자는 저자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어른의 체력'을 키우는 독서 훈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묻고 또 물으며 캄캄한 밤길을 헤맸다.

길은 길에서 길로 끊임없이 이어졌고,

마침내 고전의 숲에서 인생의 멘토를 만났다.

오래된 숲속 나무처럼 긴 세월 동안 나이테를

그리고, 단단히 뿌리를 내린 고전의 문장들은

불확실한 삶을 밝히는 등불이 되었다.

 

         - 《어른을 위한 고전의 숲》 중에서

 

마음에 울림을 준 문장들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고전은 지혜와 지식의 나이테를 품은 숲'이라고 말한다.  "주머니가 작으면 큰 것을 담을 수 없고, 두레박줄이 짧으면 깊은 물을 길을 수 없다. 삶은 결국 자기 초월을 통해 작은 주머니를 점점 더 크게 키우고, 짧은 두레박줄을 점점 더 길게 만드는 과정이다. 아마도 그 과정은 죽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자기만의 고전 읽기를 통해 진짜 자기 자신을 만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숲(장자)

[삶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겪어봐야 할 신비다]

◇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편리한 생활을 누리는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매일 벼랑 끝에 서 있는 느낌을 갖고 불안하게 살아간다. 그런 불안으로 인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앞만 보고 내달리는 군중 속에 뛰어들어 함께 달린다. 함께 달리기라도 해야 덜 불안하기 때문이다.

 

◇ 저자는 세상이 부러워할 자리에 앉느니, 나는 오직 나로 남겠다고 말한다. 또한 우물 안 개구리와는 바다를 논할 수 없으니, 문제는 타인에게 있지 않고 우리 안에 있다고 말하면서 그러므로 삶이 흐르는 대로 살아가라고 말한다.

 

두 번째 숲(논어)

[배움을 멈추지 않는 한 우리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

◇ 저자는 앎을 실천함으로써 삶을 바꾸는 것이며, 배움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교정해 나가는 일이 중요하며, 참된 인간은 남의 인정에 관심 두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바꿀 수 없는 것에 매이지 말고, 바꿀 수 있는 것에 맞추어 살아가라고 권한다.

 

◇ 공자는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염려하지 말고 자기가 남을 알아주지 못함을 걱정하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공자는 또한 "세 사람이 길을 가다 보면 반드시 그 안에 내 스승이 있다. 좋은 것은 가려내어 따르고, 좋지 못한 것은 내게도 그런 면이 있나 살펴서 고칠 일이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 숲(소동파)

[인생은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

◇ 저자는 별은 어둠의 깊이를 탓하지 않으며, 인생이란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 말한다. 또한 고통이든 기쁨이든 그저 흐르는 것일 뿐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으며, 아무것도 두렵지 않고 자유롭다고 말한다.

 

◇ 동파는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을 마치 파도 타는 사람이 물의 흐름에 온몸을 맡기듯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절말적이더라도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하는 판단 없이 말이다.

 

◇ 동파는 황주와 혜주와 해남도에서 유배 생활을 하면서 고통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고 오히려 그는 유머로서 힘든 삶을 이겨낼 수 있었다

 

 

네 번째 숲(사기)

[죽음을 직시할 때 삶은 비로소 시작된다]

◇ 사기를 기록한 사마천은 아버지를 이어서 역사 기록을 담당하는 관직으로 일을 하였는데 잘못한 것에 대해 아니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지만 결국에는 사형이나 궁형에 처하는 상황이 되었고 결국 그는 궁형을 선택했다.

 

◇ 아무리 수고하고 애써도 합당한 보람을 얻을 수 없는 헛되고 헛된 인생,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자라도 결코 그 섭리를 완전하게 알 수 없는 세상만사 속에서 어떻게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지 않고 탁월한 삶을 살 수 있는가? 사마천은 다음과 같이 답하고 있다. “인간의 운명은 내일을 알 수 없다. 그러니 죽음을 기억해라. 너만의 고유한 삶을 살아라. 남의 평가 따위는 아랑곳하지 말아라. 삶의 이마와 가치는 결코 남들의 평판에 달려 있지 않다.”

다섯 번째 숲(관중)

[모든 실패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을 아는 자는 흔들리지 않는다]

◇ 춘추시대 제나라의 제상이었던 관중은 우리에게 천 명의 벗보다 나를 알아주는 한 사람이 더 귀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 그는 말하기를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요,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이다.” -관중이 한 나라의 제상으로 큰 일을 한 배경에는 참 좋은 친구인 포숙이 있었기 때문이다. -깊은 우정을 뜻하는 고사성어 관포지교는 관중과 포석의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

 

◇ 관중은 주머니가 작으면 큰 것을 담을 수 없고, 두레박줄이 짧으면 깊은 물을 길을 수 없다”고 했다.

◇ 실패에서 다음 실패로 넘어가는 것, 그것은 결국 자기 초월을 통해 자신의 주머니를 키우고 두레박줄을 길게 만드는 자기 성장의 길이다.

 

여섯 번째 숲(시경)

[마음이 지옥일 때 해야 하는 일]

◇ 힐링이라는 말은 치료와는 다르다. 진정한 힐링이란 외부의 어떤 것에 기대어 아픈 영혼을 위로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 삶을 치유하고 성장하는 일이다.

 

◇ 손끝이 칼에 살짝만 베여도 아야!” 하고 비명을 지르면서도, 마음에 상처가 났을 때는 아프다는 말을 쉽게 하게 못 한다.. 마음의 상처는 크고 깊을수록 대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 가슴속에 꼭꼭 묻어둔 아픔을 말하는 것이 바로 치유의 첫걸음이 된다. 우리의 아픔을 언어 곧 시로 표현하면서 상처와 마주하는 순간 삶은 새롭게 열리기 시작하고 회복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

 

일곱 번째 숲(당시, 송사)

[이별에 아파하는 당신에게]

많은 시작이 있었다면 또한 많은 이별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만남이 사랑의 성공이 아니듯, 이별도 사랑의 실패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별의 경험도, 그로 인해 눈물 흘리는 자신도 역시 애정 어린 어린 눈길로 바라보아야 한다.

 

◇ 상실감이 깊을수록 깊은 애도가 필요하다. 슬픔의 감정에 깊이 머물러 있으면서 상실로 인해 일어나는 모든 감정과 생각을 어떤 비평이나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주면, 결국 그것은 저절로 하나씩 떠나간다. -슬픔도, 회한도, 억울함도, 우울함도, 미움도 충분히 만나주면 강물에 꽃잎이 떠가듯 그렇게 떠나간다.

 

◇ 낙화는 무성한 녹음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다. 낙화를 통해 나무는 봄 나무와 결별하고 여름 나무가 된다. 과거의 자기가 죽고, 새로운 자기로 다시 태어나는 바로 그 지점에 낙화가 있다.

여덟 번째 숲(주역)

[지금 괴롭다면 잘되고 있는 중이다. ]

◇ 모든 것이 변한다는 그 사실만은 변함이 없다. 겨울이 깊을수록 봄이 가까워지고 닫힌 문은 언젠가 다시 열린다. 흐름을 거스르지 않을 때 삶은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노자는 화에는 복이 기대어 있고 복에는 화가 숨어 있다라고 했다. 주역의 프레임으로 보면 고통 속에는 아픔과 상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긍정적인 의도가 있으며 기쁨 속에도 이미 슬픔이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우리가 마주하는 어떤 경험도 완전히 다 나쁘기만 한 것도 없고, 무조건 다 좋기만 한 것도 없다.

 

◇ 태극 문양에서 보이는 빛과 그늘이 서로 뜨겁게 포옹하며 열렬히 사랑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열렬히 사랑하는 밝음과 그늘' 이라는 통찰. 캄캄한 어둠 속에 깃든 빛, 환한 빛 속에 깃든 어둠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왔다. 아무리 어둡고 절망적인 상황일지라도 그것이 내 삶에 가져올 선물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돋보이는 점과 전개방식

이 책이 돋보이는 점은 두 가지다. 첫째, 텍스트의 맥락을 존중한다.  그 문장이 나온 장면과 사상적 배경을 간결히 배치한 뒤 오늘의 질문에 정직하게 접속한다. 둘째, 해석의 톤이 과장되지 않는다. 기막힌 ‘한 줄 요약’보다, 고전이 인간을 얼마나 느리게 바꾸는가를 인정하는 태도를 취한다. 그래서 읽고 나면 '당장 달라진 나'를 얻기보다 '내일 다시 읽을 나'를 믿게 된다.

 

책의 전개 방식은 ‘테마—원전 발췌—해설—현재적 적용’의 리듬을 반복한다. 이를테면 상실과 애도의 장에서는 그리스 비극과 동양의 애도 문화를 교차로 읽으면서, 슬픔을 덮는 대신 끝까지 바라보는 시선이 왜 필요한지 설득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어른’이라는 표제를  윤리적 책임과 감정의 자율성으로 정의한다. 어른다움은 나이를 먹으면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불편한 사실과 마주할 용기, 말의 온도를 조절하는 절제, 상처의 기억을 타인에게 되갚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온다. 저자는 고전을 그 훈련장으로 제시한다. 고전을 읽는다는 건 훌륭한 말을 암기하는 일이 아니라, 불쾌한 문장도 놓치지 않고 견디는 연습임을 거듭 상기시킨다.

 

이 책의 특징과 강점은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번역-해석-적용’ 삼단 구성을 독자의 호흡에 맞춘 속도로 반복한다는 점이다. 원전을 과도하게 요약해 생기를 빼지 않되, 핵심 정조를 살리는 발췌와 문맥 안내를 붙인다. 이어 해석은 '정답'처럼 단정하지 않고 몇 개의 관점 창을 열어둔다. 마지막으로 적용에서는 현실의 장면(가정, 직장, 공동체)으로 곧장 연결한다. 

 

책의 강점은 ‘균형 감각’이다.  문체는 단정하고 과열되지 않는다. 불쑥 감정 과잉으로 흐르지 않고, 오히려 절제된 문장으로 긴 시간을 건너온 생각들의 무게를 전달한다. 이 절제가 독자를 존중하는 방식이다. 독자가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남겨주기 때문이다.

 

마무리

결론적으로 《어른을 위한 고전의 숲》은 고전을 '지식의 재고'가 아니라 '삶의 장비'로 환원하는 책인데요. 위안을 약속하는 대신, 견딤의 체력을 키우는 길을 가리킵니다. 그 길은 빠르지 않지만, 튼튼합니다. 나이 든다는 것은 단지 생일을 더하는 일이 아니고, 언어를 더 정교하게 다루는 일입니다. 그 훈련에 필요한 문장과 장면이 이 책 안에 충분히 준비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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