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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노트

[책 리뷰] 《헨리 나우웬의 공동체》, 헨리 나우웬

by 마중물 톡톡 2024.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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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함께하는 삶’의 소중함을 새삼 느께게 되는데요.  '공동체'를 주제로 쓴 책을 찾아보니 생각보다 그리 다양하지는 않더라고요. 핵개인의 시대에 ‘공동체’는 인기 없는 주제일까요?^^ '나'보다 '우리'가 익숙했던 사회가  어느새 함께하기를 귀찮아하는 문화로 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디지털 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리나라는 어느 곳에서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이러한 시대에 공동체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목차

▷인종, 문화, 성격의 차이를 뛰어넘어
▷공동체는 약자들이 연대한 모자이크
▷온전한 공동체가 되기 원한다면

 

 

“차이점에 기초한 삶은 우리를 서로 남이 되게 한다. 이에 반해 인간은 누구나 깨어졌다는 사실과 그리하여 모두에게 치유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기초한 삶은 우리를 서로 더 가까워지게 하여 마침내 공동체를 싹 틔운다” - p.96

 

공동체를 추구하는 일에 일관되게 헌신해 온 헨리 나우웬이 삶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들을 담은 책이다. 분량이 많지 않은 작은 책이지만, 생각할 내용이 많아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는 않았다. 전체 10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공동체와 관련해 ‘그리스도인의 삶, 영성 계발, 탈진, 복음, 평화 추구, 깨어진 자아, 소명, 하나님과의 교제, 긍휼, 변화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우리가 몸담은 다양한 공동체는 서로 돌보며 즐거워하는 곳인가? 우리의 상처와 약점을 드러내는 자리인가?  공동체는 만만치 않다. 공동체란 당신이 가장 함께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항상 살고 있는 곳이다. ‘그 사람만 없다면 참 좋을 텐데라고 말하는 그 한 사람이 늘 존재한다. 이 글을 읽으며 내심 한때 마음을 몹시 불편하게 했던 사람이 떠올랐다. 같은 목적과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였다 하더라도  어느  공동체에나 이런 사람은 있다밤송이처럼 찌르는 사람은 어디나 한두 명쯤 있으니까.  


인종, 문화, 성격의 차이를 뛰어넘어

헨리 나우웬은 존경받는 교수(하버드대)이자 작가, 목회자, 신부로서 사역해 오던 중에 생애 마지막 10년간 지적, 발달 장애인 봉사자들과 함께 라르쉬 데이브레이크 공동체에서 보냈다. 그는 트라피스트 소속 제네시 수도원에 장기간 머문 적도 있다. 저자가 공동체를 경험하면서 건져 올린 깊고 통찰력 있는 글들은 공동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헨리 나우웬은 영성의 대가로 불리지만, 한편 자신의 인간적인 약한 부분, 즉 사랑받고 싶은 욕구와 거부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불안, 초조함 등 자신의 상처와 갈등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보통 사람들, 약자들과 친밀감을 형성했다. 교리나 인종, 문화, 성격의 차이점을 제쳐 놓고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 안에서 차이점보다 공통점을 찾으며 함께하려는 그의 태도와 언어는 독자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그가 자신이 속한 교단뿐만 아니라 성공회, 개신교 교인들, 미국 신교 정통파들에게도 사랑받았던 것은 복음의 본질을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공동체를 생각하면 대개 기관이나, 단체 모임을 떠올리는데, 헨리는 공동체란 기관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라고 말한다. 즉 공식적인 단체가 아니라 가족, 친구, 교구, 12단계 프로그램 등도 공동체가 될 수 있다며 공동체의 개념을 확대시켰다. 무언가 특별하게 다른 모습을 보여 주라. 자기만의 특징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라. 차별화로 승부해야 한다는 생각의 덫에 빠지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그는 동질성을 인간성과 정체성의 원천으로 인정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훨씬 많다”고 거듭 강조한다.

공동체는 약자들이 연대한 모자이크

“우리의 치유는 기쁨의 근원, 곧 당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사실이 아니라 서로 같다는 사실에서 시작된다. 이 사실을 깨달으면 영적 여정이 엄청나게 중요해진다.”(p.16). “공동체란 기쁨도 슬픔도 숨기지 않고 소망의 몸짓으로 서로에게 드러내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 공동체는 커다란 모자이크처럼 함께 세상에 하나님을 드러내는 부족한 사람들의 연대다”(p.21). 우리의 작은 삶은 그야말로 인간의 보잘것없는 삶이다. 하지만 우리를 ‘사랑하는 자’라고 부르시는 하나님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큰 존재다(p.51).

 

헨리나우웬은 예수님을 따르려면 고독공동체’, ‘사역을 통해 하나님께 공간을 내드리는 영적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독이 공동체보다 앞서는 게 왜 그렇게 중요한가? 자신이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임을 모르는 사람은 그 사랑받는 느낌을 공동체 안에 있는 누군가에게 얻고자 한다. 우리는 조건 없는 완전한 사랑을 인간에게 기대한다. 그러나 공동체란 고독과 고독이 만나는 곳이다.”(p.38).

 

헨리는 공동체가 탄생하려면 요구하는 자세를 버리고 함께 모여 용서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동체 훈련 가운데 ‘용서’와 ‘경축’이 있는데, 이 두 단어가 한없이 중요하다.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임을 안다면 공동체 안에 있는 사람들을 용서하고 그들의 은사를 경축한다면 거기서 사역이 나올 수밖에 없다”(p.43).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재산과 모든 소유물을 보며 그것이 내가 훌륭하다는 증거라고 우긴다공동체 안에서 사는 사람은 정체성의 뿌리를 서로 다른 데 둘 수밖에 없고, 그러려면 늘 용서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축은 특별한 사람에게 상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삶의 선물들을 예찬한다는 뜻이다. 바로 우리와 함께 경험해 온 우정과 평화, 기쁨과 고통, 슬픔이다.

온전한 공동체가 되기 원한다면

저자는 책 마지막 장 10장에서 우리 삶에 끊임없이 필요한 변화를 다룬다. 변화는 성경 전반에 매우 핵심적인 주제로서 굳은 마음에서 부드러운 마음으로 바뀌는 근본적인 변화가 성경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부드러운 마음의 특징은 자아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하는 것, 경쟁이 아니라 긍휼, 생산성이 아니라 참된 열매. 거기서 공동체가 태어난다. 온전한 공동체가 되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계속 자아를 수용하고 긍휼을 베풀며, 열매를 맺고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얻은 것 중의 하나는 공동체의 정체성과 개념에 대한 확장이다. 다양한 공동체가 있으니 공동체 개념을 서둘러 제한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공동체와 함께하는 소속감은 정신건강의 기초가 되는 건강한 자존감을 갖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비대면이 일상에 자리잡은  시대, 살아가는 동안 좋은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는 것은 얼마나 큰 복인가 싶다.

 

우리나라가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에 오른 지 20년이 넘었다. 이러한 오명은 우리 사회 공동체의 붕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학계에서는 한국을 '스스로 내전을 치르는 나라'라고 한단다. 그동안  우리는 자살을 나약한 개인의 문제로 볼 뿐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한 것 같다. 그런데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에 정부가 국민 정신건강의 위기를 심각하게 느끼고 국민 정신질환에 대한 예방과 치료, 회복 등 전 과정을 밀착 관리하겠다고 한다.

 

나이 들어갈수록 개인이 위기에 처했을 때 손 잡아 줄 건강한 공동체가 더 소중함을 느낀다. 공동체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바람직한 공동체 상을 제시하는 이 책은 공동체에 관심 있는 분들이나 공동체를 세워가는 분들에게 통찰력을 주는 좋은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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