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돌아가라》는 책의 부제인 ‘아닌 척하지만 사실은 너무나도 외로운 당신에게’라는 글이 눈길을 끌었다. 저자가 3년 동안 100여 개 기업의 상품마케팅과 세일즈 컨설팅을 하며 ‘외로움’이라는 주제를 파헤치기 위해 2만여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심도 깊은 그룹 인터뷰와 개별 인터뷰, 다각적인 설문 조사를 근간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나이, 직급, 성별과 관계없이 현대인의 공통심리인 외로움을 해소하는 방법을 설득력 있게 잘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은 우리를 외롭게 만드는 심리적 사회적 원인을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보고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과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에 대해 말한다. 겉으로는 아닌 척하지만 사실은 너무나도 외로웠던 사람들, 바로 우리에게 이 책은 단호하게 말한다. “사람에게 돌아가라.”
목차
그 많은 이웃은 다 어디로 갔을까?
외로움의 특효약은 사람이다
건강한 소모임, 좋은 공동체의 힘
그 많은 이웃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정호승 시인은 ‘수선화에게’라는 시에서 외로움이라는 인간의 보편적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이 시는 외로움을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으로만 그리지 않고, 인간 존재와 밀접하게 연결된 본질이자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라는 의미를 담아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하지만, 이 외로움이 만성적이 되어 지속적으로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의학에 미병(未病)이란 말이 있다. 특별히 아픈데도 없는데 몸이 늘어지고 피곤한 상태가 계속되는 어중간한 상태를 말한다. 양의학에서는 이를 질병 전단계라 부른다. 우리나라 성인 중 47퍼센트가 병명도 없이 몸의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인의 문제가 되는 감정 중 하나인 외로움도 미병과 같이 공허감을 느끼게 하고 사람들과 단절되어 있다는 기분이 들게 한다”(p.19-20). 외로움의 상태를 잘 표현한 글이다.
가족, 친구, 연인, 학교 선후배, 직장 동료… 이렇게 많은 관계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살아가면서도 사소한 고민 하나 마음 놓고 털어놓을 데가 없다니!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오늘도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말을 건네며 위로를 삼는다. “그래. 세상에 외로운 건 나 혼자만이 아니니까.”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외롭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외로운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니다.”라는 말로 위안을 삼는 게 과연 어떤 도움이 될까?" --- '외로움을 이기는 힘' 중에서
외로움의 특효약은 사람이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 그 시간을 자기 발전을 위한 생산적으로 쓰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만성적인 외로움은 에너지와 열정을 빼앗아 간다. “외로움은 매우 강한 감정이다. 이를 오랫동안 방치하면 가슴속은 서서히 녹이 슬어간다.” 미병 단계에서 지나 자신이 컨트롤하기 어려운 어떤 한계선을 넘어서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를 사회문제로 본 영국은 2018년 1월 외로움 담당 장관을 임명했다. 외로움에 대한 최초의 공적 개입이다.
“외로움이 눈에 보이거나 MRI로 촬영할 수 있다면… 보이지 않지만 분명 크게 존재하는 것, 외로움이다.” 저자는 현상과 본질,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대비하며 외로움이란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풀어내고 있다. 외로움이란 신발 속에 든 모래 알갱이처럼 거슬리게 하는 사소하고 작은 것, 결함 있는 벽돌과 같다며, 다른 감정들이 제 아무리 잘 조절되어도 ‘외로움’이란 약한 단어가 감정 전체의 유대를 끊어 버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올해 1인 세대가 천만 명을 넘어섰다. 우리 사회도 외로움 대응 방안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것도 외로움을 극복하는 데 힘이 된다. 그 뒤치다꺼리가 만만치 않지만, 존재 자체만으로도 고맙게 여겨질 때가 있다. 저자가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집에 사람을 초대해서 음식을 만들어 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나도 지인을 초대해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는 것을 좋아하기에 종종 그 기쁨을 누리곤 한다. 외로움의 특효약은 역시 사람이다.
건강한 소모임, 좋은 공동체의 힘
“나와 남을 비교하면 100% 진다. 흔히 나의 단점과 남의 장점을 비교하기 때문이다”(p.39). 비교에서 오는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문제의 핵심을 짚어 주는 명쾌한 글이다. 며칠 전 대학원에서 상담 전공한 뒤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한 후배가 요즘 힘든 일이 있다고 하소연을 해왔다. 자격증 시험을 볼 때마다 한 번에 합격하고 자신보다 먼저 취업한 K선배가 만날 때마다 자랑질을 해대는 바람에 자신의 초라함을 은근히 건드려서 힘들다는 것이다.
가만히 들어보니 그 선배 역시 ‘나 지금 잘하고 있는 거냐? 괜찮은 거냐?’ 하며 불안을 줄이기 위해 확인하는 것 같다고 했더니 후배는 우열이란 단순비교로는 풀리지 않던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틈이 조금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자기표현을 잘하지 못하고 자존감이 낮았던 후배는 대화 도중 통찰력이 생겼는지 “자존감이 낮은 나의 부족한 점과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그 사람의 부족한 점이 이런 결과를 빚어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대화를 하면서 이 책에서 발견한 “자신의 단점과 타인의 장점을 비교하면 불행해진다”는 글을 보냈더니 마음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며 고마워했다.
▷혼자(alone) : 다른 사람들과 분리되어 있는 상태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불행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신체적으로 자신의 상태가 고립되어 있음을 말한다.
▷ 외로움(loneliness):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 하는 마음. ‘쓸쓸한 혹은 황량한 느낌을 일으키는 것'으로 정의된다. 혼자라는 사실을 고통스럽게 의식하는 것을 암시한다.▷ 쓸쓸함(lonesome): 비탄에 빠져 있거나 비통하거나 우울한 상태를 가리킨다.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충족되지 않는 상태다.
언젠가부터 ‘나’만 존재하고 ‘우리’는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잃어버린 자존감을 되찾고 '나를 위해서'가 아닌 '너를 위해서' 먼저 다가가 손을 내민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우리가 ‘진짜 사람’과 맞대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에게 돌아가라》는 책은 당신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덜 외롭도록 이 처절한 외로움의 시대를 함께 건너자고 내미는 만남의 손길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고 나면 마음이 포근해진다. 건강한 소모임, 좋은 공동체에 소속되어 사람들과 교류를 갖는 것도 외로움을 극복하고 관계를 통해 에너지를 얻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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