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와 잘못 앞에 사과해야 하는 당위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과는 어려울까? 《쿨하게 사과하라》는 사과하는 동시에 권위를 잃거나 책임감이 막중해지곤 했던 학습된 기억에 의한 방어기제와 거짓말과 변명이 더 발달할 수밖에 없었던 심리학적 배경을 설명한다. 그리고 ‘사과’의 숨겨진 힘에 주목해 ‘쿨한 사과’의 놀라운 힘과 과학적 가이드를 제시해 준다. 이 책은 세 파트로 구성되었는데, 첫 번째는 우리가 사과할 때 알아야 할 모든 것, 두 번째는 우리가 사과에 대해 오해했던 모든 것, 세 번째는 우리가 사과할 때 해야 할 모든 것을 담았다
목차
▶ 사과할 때 쓰지 말아야 할 세 가지 표현
▶ 사과했는데도 왜 화를 낼까?
▶ 당신이 사과하기 힘든 진짜 이유
▶ 진심을 전하는 사과의 기술
사과할 때 쓰지 말아야 할 세 가지 표현
몇 해 전 말실수를 한 지인에게서 사과를 받은 적이 있다. 그때 사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서다. 미안하다고 하면서 그 뒤 계속 변명을 늘어놓거나 책임을 전가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는 것이 어색하니까 그 분위기를 무마하기 위한 임시방편이 아닐까 싶었다.
사과가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하나는 발생한 사건에 대한 유감 표명이고, 다른 하나는 책임 인정이다. 종종 잘못한 사람은 사과를 했다고 하는데,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책임 인정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내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화난 마음을 풀어줄 수 있을까?”라고 말해야 한다.
사과할 때 우리가 절대 쓰지 말아야 할 세가지 표현이 있다. “미안해, 하지만...” “네가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만약 그랬다면 사과할게”(조건부 사과)는 책임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실수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수동태 사과는 사과의 주체를 모호하게 만들어 책임을 회피하려는 비겁한 태도가 내포되어 있다. 철학자 닉스미스는 “사과란 동의를 전제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라는 접속사는 ‘의견 불일치’를 나타내기 위해 쓰는 표현이다.
골드스미스는 사과 뒤에 ‘어떤 말’도 붙이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약점이나 불편할 수도 있는 진실은 내가 먼저 자발적으로 공개했을 때 효과적이다. 남의 입에서 나오기 전에 말이다.
사과했는데도 왜 화를 낼까?
“쿨하게 사과하라”는 책임지는 사과다. 무늬만 사과인 경우는 상대방의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한다. 진정한 사과는 크게 네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유감, 책임 인정, 설명(구체적인 내용), 배상과 해결책 제시가 필요하다. 사과했는데도 화를 낸다면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정성 있는 사과는 분노를 가라앉힌다.
기억의 왜곡과 사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사람들은 모험적인 경험은 부풀리고, 부정적인 경험은 축소하는 등 자신의 삶에 대한 정보를 왜곡시키는 성향이 있다. 타브리스와 아론슨은 《거짓말의 진화》라는 책에서 자기 합리화를 통해 사과하기 어려운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거짓말보다 자기합리화가 더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일반적 거짓말이 타인에 대한 것이라면 자기 합리화는 ‘자기 자신에 대한 거짓말’이다. 자기합리화에 빠지게 될 경우,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최선이었고 그 외에는 선택이 없었다고 왜곡하여 받아들이게 된다. 잘못을 하고 나서도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어’라고 자기 암시를 한다는 것이다.(p.106)
당신이 사과하기 힘든 진짜 이유
우리가 사과하는 것을 그토록 힘들어하는 것은 자기합리화를 통해 심리적 간극을 메우려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기합리화는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인지부조화를 해소하는 가장 편리한 방법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의 기억은 자기 자신을 너그럽고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해 인식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가 저지른 잘못을 자기합리화하고, 사과할 이유를 애써 축소하고 결국 없애 버리게 된다.(p.108)
진정한 사과가 누구에게나 쉽다면, 우리는 그것을 ‘리더의 언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과해야 할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가장 현명한 방법은 진정한 조언자나 친구를 가까이 두는 것이다. 이들은 내 잘못을 허심탄회하게 의논할 수 있는 상대이며, 내가 자칫 자기합리화하려고 할 때 좀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말해 줄 수 있는 존재다. 자신의 문제는 자기 합리화의 덫에 빠지기 쉽지만, 타인의 문제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조언할 수 있다. 친구란 늘 내 편이기도 하지만 때론 ‘가상의 적’이 되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조언해 줄 수 있다.
사과하는 능력의 반대되는 능력이란 바로 ‘부인하는 능력’ , ‘거짓말하는 능력’ , ‘핑계를 대는 능력’이다. 이런 능력은 인간에게 매우 발달되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나 잘못에 대해 사과하기보다 핑계를 대거나, 거짓말하고, 부인함으로써 사태를 모면하도록 지적 능력을 발달시켜 왔다. 인간대뇌에 있는 ‘두꺼운’ 방어기제가 우리의 얼굴을 철면피로 만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실수와 잘못을 감출 수 없는 투명성의 시대다.
실수나 잘못을 했을 때 용기 있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태도는 사실 생각보다 어렵고 성숙한 자만이 할 수 있는 용기 있는 행동이다.
진심을 전하는 사과의 기술
누구나 실수하고 잘못을 한다. 그러나 그때부터가 중요하다. 하나를 지키기 위해 백을 잃고야 마는 변명과 은폐로 점철된 사과가 아닌 하나를 잃고 백을 지키는 ‘사과의 기술’이 필요하다. 이 책은 사과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것을 넘어 어떤 사과는 사람들을 움직이고, 어떤 사과는 사람들에게 외면을 당하는지를 분석해서 보여 준다. 그리고 동료와 부하직원과의 갈등을 비롯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기업의 회생까지, 잘못과 실수를 은폐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인간관계의 숨겨진 법칙을 알려 준다.
이 책의 저자들은 사과의 숨겨진 힘을 신경과학과 커뮤니케이션학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접근을 시도했다. 사과에 대해 체계적인 과학의 시각으로 접근한 것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이를 통해 발견한 '사과의 기술'은 왜 우리 시대가 사과를 요구하는지 확인시켜 준다. 사과의 내용이 갖추어야 할 타이밍, 사과의 채널 등 책이 알려주는 사과의 기술을 읽다 보면, 어떤 상황에서든 제대로 한 사과는 반드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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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에서 물리학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박사후 연구원,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연구교수, 컬럼비아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조교수를 거쳐,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와 융합인재학부 학부장을 맡고 있다. 주된 연구주제는 의사 결정의 신경과학, 뇌-로봇 인터페이스, 정신질환의 대뇌 모델링, 대뇌 기반 인공지능이며, 다보스 포럼 ‘2009 차세대 글로벌 리더’, ‘대한민국 근정포장’을 수상했다. 저서는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열두 발자국 》등이 있다.
저자 김호
조직 및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컨설팅을 하는 더랩에이치 THELABh.com의 대표. 루이비통, 머크, 엘카, GS칼텍스, 길리어드, 타파웨어, 로슈, 현대카드 등과 같은 기업을 위해 ‘설득의 심리학’ 워크숍과 세미나 등을 500시간 넘게 진행해 왔다. 세계 최대 PR 컨설팅사 에델만의 한국법인 대표를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쿨하게 생존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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