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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노트

[북 리뷰]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 최인아

by 마중물 톡톡 2024.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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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없이 꽃이 피진 않지만 씨앗을 심었다고 다 꽃을 피우진 않는다.

씨앗이 죽지 않고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려면 물을 주고,

바람과 햇볕을 쬐어 주며, 때로는 비료도 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태도다.”(p.140)

 

목차

▶ 일을 통한 성장과 브랜딩 이야기
▶ 재능과 능력보다 태도가 경쟁력
▶   인생의 변곡점에서 던지는 질문

 

1990년대 초반, 이 책의 저자 최인아 님이 쓴 프로의 남녀는 차별하지 않는다를 읽었다. 그때 책에서 받은 감동과 여운이 남아 언젠가 저자를 한 번 만나고 싶었다. 그로부터 세월이 흘러 30년이 지났다.  2016년 어느 날,  강남 빌딩 숲 속에 '최인아 책방'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은 지 7년 만에 두 번째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다그가 살아온 삶이 궁금했는데,  일에 대한 성실성과 진정성, 자기답게 사는 지혜와 통찰이 담긴 저자의 인생 고백이 담긴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 공감하며 도전을 받았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는 책 전체를 '1부 일, 2부 삶'으로 구성하고, 그 아래 일곱 가지 주제로 나눠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제일기획의 부사장에서 최인아 책방 대표까지 30여 년간 일터에서 자기다움을 지킨 질문과 생각을 담은 이 책은 일이라는 프레임으로 인생과 삶을 조명한 것이 특징이다. 평소에 저자는 타인에게서 취하고 배울 것은 그 사람이 가진 관점과 태도라며, 이 책에 30여 년간 일하며 가졌던 자신의 관점과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일과 진로를 놓고 고민하거나 인생에 중요한 일을 결정해야 할 때 참고할 만한 책이다. 책을 읽으며 공감한 내용, 생각을 확장하거나 유익하다고 느꼈던 몇 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일을 통한 성장과 브랜딩 이야기

저자는 책의 앞머리에서 파이어족을 꿈꾸는 MZ세대 이야기를 하며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과 일을 돈과 동일시하는 것은 다른 얘기다. 일이 곧 돈이 아니고 생계를 해결하는 것이 일의 전부가 아니라면 도대체 일은 무엇이며 우리는 왜 일을 하는 걸까?(p.23) 사람들은 은퇴 준비를 위해 을 바라보지만 저자는 시간이 보였다고 한다. 일을 한다는 것은 생계를 해결하는 방식뿐 아니라 내 인생의 시간을 잘 보내는 방식이기도 하다”(p.24). 많은 사람들이 은퇴와 돈을 연결해서 볼 때 시간을 바라본 그의 관점이 남달라 보였다.

 

“학생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된 후에 일을 통해 성장한다”(p. 25-26). 일은 성장의 기회라는 글에 밑줄을 그었다. “누군가 꼰대가 되는 건 성장하지 않아서, 고여 있어서라고 생각한다”는 그의 꼰대론을 읽으면서 나이 들어서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끊임없는 성장이 답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울림을 주었다. “나이가 들면 다 꼰대가 되는 것이 아니죠. 한참 전에 알았거나 들었던 것만을 옳다고 여기며 고집하기 때문에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자신의 방식이 맞다고 확신하고 강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거라고요.”

 

또한  브랜딩 이야기도 공감했다. “브랜딩이란 실체를 바탕으로 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만드는 작업으로 시간과 함께 가치를 축적해 나가는 작업이다. 브랜드 콘셉트는 자신의 강점이자 다른 사람과 구분되는 고유의 가치이며,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혹은 언제 할지 잘 모르겠거나 헷갈릴 때 돌아볼 수 있는 기준 같은 것이다.”  그는 이러한 생각이 자신을 지탱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무엇을 우선해야 할지 기준을 명확히 할 수 있었다”(p.113)고 말한다.

 

카페 하면 ‘스타벅스, 스포츠 브랜드-나이키, 아파트-래미안, 자이, e-편한 세상’ 등이 떠오르듯이 개인은 이름 석 자로 브랜딩을 할 수도 있지만, 별칭을 사용하는 것도 괜찮다. 나는 ‘마중물’이란 별칭을 스스로 갖게 되면서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무의식 속에 축적해 나왔다.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재능과 능력보다 태도가 경쟁력

“아무리 하잘것없는 일이라도 내가 맡고 있으면 나의 일”이라며 주인의식을 일깨웠다. 그는 이 책에서 일관되게 직장인이든 사업을 하든 자신이 시간을 보내는 곳에서의 삶이 곧 자신의 인생이기에 하는 일과 환경이 맘에 들든 그렇지 않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은 생계 수단도 되지만, 직업으로써 소명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오는 ‘시간의 밀도’라는 단어를 보면서 ‘퍼킨슨의 법칙’(일의 양은 해당 업무에 할당된 시간에 따라 팽창한다는 원리)이 생각났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일을 해도 시간의 밀도가 다르다. “처음부터 능력이 달랐던 것이 아니라 일을 바라보는 시선,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시선과 태도가 있었으므로 경험과 인사이트도 축적되며 눈에 띄는 격차를 만들어냈을 겁니다”(p. 73). 자신이 맡은 일에 주인의식을 갖고, 밀도가 다른 삶을 살면 10년 뒤에 능력과 퍼포먼스의 차이로 나타난다고 한다. 성장 속도가 빠른 침엽수는 강도와 밀도가 낮아 저렴한 가구의 재료로 쓰이는 반면,  활엽수는 성장 속도가 느린 대신 강도가 높고 밀도가 촘촘해 건축 자재 중에서도 외장재와 기둥, 고급 가구에 많이 쓰인다는 비유가 설득력 있게 들려서 기억에  남았다. 

 

"재능보다 능력보다 태도가 경쟁력이다. 이를 테면 끈기, 결기, 도전을 피하지 않는 담대함, 작은 일에 안달복달하지 않는 강한 심장 같은 것들이죠. 얼마나 다행인가요? 내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그래도 결과를 바꿀 수 있으니 말이죠. 저는 이 모두를 태도라 부릅니다"(p.145).

 

그릿(grit)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힘이며, 역경과 실패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끈질기게 견딜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고 합니다(p.149)

 

인생의 변곡점에서 던지는 질문

마지막으로 그가 인생의 변곡점에서 자신에게 진중한 질문을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유불리에 관계없이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와 물러나야 할 시점을 스스로 결정하며, 자신을 객관화하는 모습이 그러했다. 그는 한창 일할 나이인 40대 중반, 제일기획 상무로 근무하면서 자신의 일에 한계를 느끼고 사표를 썼다. 뜻밖에 회사에서 배려해 준 1년간 휴직을 했을 때 그는 산티아고 순례 길을 떠났다. 체력이 약한 그가 무모한 도전인 줄 알면서도 뭔가에 이끌리듯 순례를 시작한 데는 무슨 절박한 이유가 있었을까? 25일째 됐을 때 그는 자신이 왜 그곳을 찾았는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1년간 휴직을 마친 후 회사로 돌아와 다시 6년간 일하는 동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리, 쉽게 오를 수 없는 자리였다. 그런데 51세 때, 자신과의 약속대로 그 자리를 스스로 물러난다. 그로부터 2년 후 책방을 다시 시작하면서 자기다움을 지킨 질문과 생각, 통찰은 그동안 해온 일과 삶에 대한 관점을 돌아보게 한다. 특히 "애쓰고 애쓴 건 사라지지 않는다. 모두 내 안에 남아 있다"는 이 짤막한 문장이 큰 위로가 되었다. 비록 목표한 지점까지 이루지 못한 일도, 실패한 일도 나에겐 모두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지나온 날들을 긍정으로 수용하는 관점을 선물해 준 빛나는 문장이다. 

 

아울러 이 책에서는 본문과 관련된 여러 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끌리는 책을  메모해 두었다가 인터넷 서점에서 찾아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최인아 책방에서 열리는 북토크에 참여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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