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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노트

[북 리뷰] 《올 어바웃 러브》, 벨 훅스

by 마중물 톡톡 2024.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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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사랑 문맹자들을 위한 사랑의 교과서
♥ 애정이 곧 사랑은 아니다
♥ 사랑을 조망하는 13가지 프레임
♥ 진정한 사랑은 ‘혁명’과도 같다 

 

사랑 문맹자들을 위한 사랑의 교과서

 《올 어바웃 러브》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잇는 21세기 유일한 사랑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는 책이다. 금세기 여성주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벨 훅스의 저술 중 가장 대중적이자 그녀의 사상이 집약된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벨 훅스는 1950년대의 에리히 프롬부터 오늘날의 스캇 펙에 이르기까지 많은 정신분석학자들이 ‘사랑에 빠진다’는 개념에 대해 비판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가 그런 환상에 매달리고 있는 까닭은 ‘사랑에 빠지는 것’이 ‘의지를 가지고 사랑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사랑에 대한 교육은, 사랑에 대한 올바른 ‘정의'를 내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이것이야말로 사랑을 향해 떠나는 여행에서 우리를 안내해 줄 지도가 되어줄 것이라 강조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사랑을 배우지 못한 불우한 우리 세대의 사랑 문맹자들을 위한 사랑의 교과서로 손색이 없다.


애정이 곧 사랑은 아니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결혼생활을 10년 넘게 해온 몇몇 남성들에게 물어보았다.

   “같이 있고 싶은 것이죠.”

   “관심이요.”

   “머리로 계산하지 않고 가슴이 움직이는 대로 하는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입에 올리지만 실제로는 사랑이 무엇인지 제대로 모른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믿는 사랑과 자신들이 믿는 사랑이 항상 같지는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우리가 사랑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까닭은 이처럼 사랑의 의미를 잘 모르거나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사랑의 정의가 없기 때문이다.

 

벨 훅스는 "애정이 곧 사랑은 아니다. 애정이란 사랑을 이루는 한 요소일 뿐이다. 진정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애정 외에도 상대에 대한 관심과 보살핌, 상대를 인정하고 존경하는 태도, 상대에 대한 신뢰와 헌신, 솔직하고 개방된 커뮤니케이션 등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고 사랑의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부분 사랑에 관해 잘못된 정의를 배우면서 자란다. 즉 사랑이란 하나의 특별한 감정이라고 믿는 것이다.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누군가에게 깊이 빠지면 그 사람에게 몰두하게 된다. 모든 감정과 정서를 상대에게 쏟아붓는다.

 

현대는 사랑에 대해 냉소적인 시대다. 사람들이 이처럼 사랑에 집착하며, 급기야 사랑을 두려워하고 냉소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아오면서 사랑의 길로 제대로 안내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어릴 때부터 사랑을 배웠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많이 달라졌겠는가? 저자가 책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사랑의 부재 현상이 초래할 위험을 경고하고 다시 사랑으로 돌아가자고 호소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사랑을 조망하는 13가지 프레임

벨 훅스는 흑인 여성으로서 차별과 실연의 상처로 오랫동안 고통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병마와 씨름하면서 진정한 사랑에 대해 천착하게 되었고, 저자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결과물로 이 책을 내놓게 되었다. 책은 세상이 강요하는 사랑에 대한 편견과 왜곡을 비판한다. 그리고 연인 간의 사랑은 물론, 부모 자식 간의 사랑, 우정, 공동체, 영성 등 13개의 프레임으로 오늘날 우리들의 사랑을 조망하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밝혀 준다.

 

진정한 사랑을 하기 위한 요소 중에 ‘정직함이란 프레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공감한다.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정직하게 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사랑을 제대로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많은 남성들은 억압적인 부모와 가부장제 질서에 눌려 침묵을 강요당한 채, 자신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래서 감정 표현에 서투른 사람들이 많다또한 남성과 여성이 사용하는 사랑의 언어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사랑에 관해 서로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

 

4장에서는 '자존감을 찾아야 건강한 자기사랑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존감은 모든 관계의 기초가 되기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과 직업이 자존감에 미치는 영향도 이 책에서 새롭게 다가온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벨 훅스는 진정한 사랑을 하는데 방해가 되는 요소로 가부장 문화를 꼽았다. 사랑에 눈뜨기 위해서는 권력욕과 지배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칼융은 사람들 사이에 권력과 지배에 대한 욕구가 팽배해 있으면, 사랑이 들어설 여지는 없어진다고 말했다. 남성지배 구조인 가부장적 문화의 틀을 깨지 않고는 남녀가 진정한 사랑을 나누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회 구성원이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은 그 사회의 문화가 어떤 가치와 윤리 위에 세워져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사랑의 윤리는 모든 사람은 자유로울 권리가 있고, 온전하고 풍요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전제한다. 사랑의 윤리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사랑이 가진 모든 차원 즉, 돌봄, 헌신, 신뢰, 책임감, 존경, 서로에 대한 이해를 일상생활에서 실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의 윤리에 충실하게 되면 공적인 영역뿐 아니라 개인생활에서도 정직과 개방성, 성실함을 최고의 가치로 놓게 된다.

 

진정한 사랑은 ‘혁명’과도 같다

사랑은 사람의 삶 전체를 변모시킨다. 진정한 사랑은 ‘혁명’과도 같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사람보다 물질을 더 우선시하고, 물질주의는 사람들로 하여금 오로지 더 많이 소유하고 소비하는 데에만 몰두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들과의 따뜻한 유대관계로 채워져야 할 자리는 물질적인 탐욕과 과소비의 욕망으로 채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을 되찾기 위해서는 탐욕 없는 단순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훅스는 주장한다. 따라서 개인을 둘러싼 사회 환경과 제도, 즉 현재의 가부장제와 물질만능주의 풍토 등을 함께 개선하지 않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온전히 사랑으로 채워질 수 없다고 설득한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면서도 소외와 단절, 고립감을 느낀다. 그 결과 우리 사회에 소외와 사랑의 부재가 일상화되었다. 사랑이 없는 세계에서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는 열망이 소유의 열정에 밀려날 수밖에 없다. 사랑은 인간이 존재하기 위해서 가장 근본적으로 필요한 삶의 요건이다. 사랑에 관한 탁월한 이론가들은 사랑을 동사로 사용해야 더 나은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 우리가 용기와 신념을 키우고, 말과 행동에 책임지는 연습을 꾸준히 한다면 우리 모두는 변화를 불러오는 사랑의 힘에 대한 믿음을 다시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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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벨 훅스

 예일 대학과 오벌린 대학 영문학과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뉴욕시립대 영문학과 특별 교수 Distinguished Professor로 재직하고 있다. 계급, 인종, 여성, 젠더, 평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는 세계적 대안 언론 [유튼 리더]가 선정한 ‘당신의 삶을 바꿀 100명의 지성’ 중 한 사람으로 뽑히기도 하였다. [애틀랜틱 먼슬리]는 벨 훅스를 도덕적 상상력과 비평적 지식을 겸비한 신지식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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